1. 들어가며
최근 한 대기업 회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20억 원의 역대 최고 금액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이혼 사건에서의 위자료 액수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느껴집니다. 종래에도 이혼의 경우에 위자료 액수를 실질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는데, 특히 2015년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로는 법원에서 인정하는 위자료 금액이 너무 낮다는 문제제기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2. 이혼사건에서의 위자료
이혼소송에서 위자료 액수는 혼인기간, 혼인과정, 파탄의 경위, 파탄의 사유, 재산규모와 경제적 능력 등의 여러 가지 요소를 검토하여 법원에서 재량으로 판단합니다. 혼인기간이 길거나, 장기간의 폭행이나 부정행위 등이 이혼사유가 된 경우에는 위자료 금액이 높아집니다.
이혼소송의 위자료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손해배상 소송처럼 실무상 기준이 존재하지는 않고, 다만 서울가정법원이 2007년 마련한 이혼 위자료 산정표상으로는 부부의 연령, 결혼 기간, 자녀 수, 이혼 사유 등에 따라서 1억 원이 최대 권고 액수입니다. 대부분의 이혼소송 판결례를 살펴보면 이혼소송에서 위자료는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수준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물가상승에 따라 부부의 공동재산 가액이 증가하면서 법원의 재산분할 인정금액은 커졌는데, 위자료는 1990년대 이후로 수십년간 큰 변동없이 여전히 비슷한 금액이 인정되고 있다보니 경제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위자료 액수는 법원의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혼인기간, 혼인과정, 파탄의 경위, 파탄의 사유, 재산규모와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하여 통상적인 실무 관행을 벗어나는 금액의 위자료가 산정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3.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의 경우
실무상 부정행위로 인한 혼인파탄의 경우에는 약간 가산된 이혼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재판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혼외자가 있다거나 불륜기간이 장기간인 경우에는 1억 원까지 인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부정행위로 인한 혼인파탄의 경우에 현재의 위자료 금액 수준이 너무 낮아서 배우자가 입은 손해가 전보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4. 이혼소송에서의 위자료 실질화 가능성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부인이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상대로 5억 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에서 상당한 기간 유책행위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한 경우에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전보할 수 있어야 함을 들어 3,0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2억 원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그 이후 앞서 언급한 대기업 회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도 오랫동안 부정행위를 지속했고 부정행위를 공식화하여 배우자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여 20억 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바 있습니다. 그 밖에 최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개최된 손해배상소송 커뮤니티 세미나에서도 이혼 위자료 재판의 개선방안이 논의된 바 있는데, 특히 부정행위로 인한 혼인파탄의 경우에 있어서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 뿐 아니라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영위하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 상실 등의 일체의 비재산적 손해를 모두 전보하는 금액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된 바 있습니다.
5. 결론
이혼은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입니다. 특히 부정행위로 인하여 혼인이 파탄난 경우, 상대방 배우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불이익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 및 일체의 비재산적 손해를 반영하여 위자료 금액을 실질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물가상승 및 소득수준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몇 십년간 변동되지 않은 위자료 금액의 상한선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아가 2015년 간통죄 폐지 이후에는 유책배우자의 불륜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혼 위자료 액수의 기준이 상향되는 경우에는 사회적으로도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혼인의 가치를 바로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