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최근에 119구급대원이 병원 이송을 도와주다가 계속되는 폭언과 발질길 등을 당하자 모욕죄로 고소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구급대원들은 주취 상태로 있는 가해자를 도와주기 위하여 구급차에 태우려고 했는데, 가해자가 약 2시간 30분 가량 끊임없이 폭언을 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사생활 폭로, 혐오와 증오적 표현 등으로 인하여 개인의 인격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함부로 타인에게 반말, 욕설을 하는 경우 모욕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모욕죄는 형법 제311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람을 처벌하는 이유는 가해자의 모욕적인 언사로 인하여 피해자가 인격적 가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되는 것은 형사적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법자의 결단일 것입니다.
2. 공연성이란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공연히’의 의미는 ‘세상에서 다 알만큼 뚜렷하고 떳떳하게’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공연성의 의미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A라는 사람이 여러 사람이 가득히 모여 있는 시장에서 B에게 심한 욕설을 하였다면 공연성이 인정되어 모욕죄가 인정될 것입니다. 반면에 A와 B가 단 둘이 있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위와 같은 욕설이 이루어졌다면 모욕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표현을 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도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어떠한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범죄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때 가해자가 하는 언행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게 됩니다. 반면에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에는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어떠한 경우에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발언을 하게 된 경위, 정황, 맥락에 따라서 같은 용어라도 다르게 판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를 가리키면서 “피해자, 저 망할 년 저기 오네”라고 하였다면 이를 피해자를 경멸하는 욕설로서 모욕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공개된 식당 앞 노상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인 피해자에게 “젊은 놈의 새끼야, 순경새끼, 개새끼야”라는 등의 욕설을 한 경우라면, 법집행을 하려는 경찰관 개인에게 경멸적 표현을 담은 욕설을 한 것으로 모욕죄로 인정될 여지가 많겠습니다.
반면에 A와 B가 유튜브 방송을 하던 중 실랑이가 붙은 상황에서, A가 B에게 “병원 좀 가봐라. 상담 좀 받아봐야겠다”라고 발언을 한 경우에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합니다. 위와 같은 발언은 결국 너는 정신병자이니 정신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취지로 듣는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표현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발언을 한 경위나 전체적 맥락, 발언 전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내가 누군가에게 한 말 또는 내가 상대방으로부터 들은 말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볼 때에는, 단순히 사용된 표현이나 듣는 사람의 주관적 감정, 정서상 기분이 나쁜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이 이루어진 상황을 함께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4.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경우
공연히 모욕적인 발언을 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모욕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은 모욕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모욕죄로 처벌을 받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의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처벌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 맡긴다는 측면에서 수긍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참고로 이때 피해자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를 하여야 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다른 범죄들과 마찬가지로 위법성 조각사유가 존재하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SNS에 기자를 가리켜 ‘기레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경우, 표현 자체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언론사 부설 여론조사 기관에서 진행한 여론조사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해당 언론사 대표와 논쟁하는 과정에서 ‘기레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면, 피해자의 공적, 사회적 활동과 관련된 의견을 기재하면서 그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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