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최근 용역계약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피해 회사를 대리하여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진행하여 승소하였습니다. 그간의 변론내용을 복기하는 차원에서 간단히 사건과 변론내용 및 결과를 정리하는 글을 적어봅니다.
2. 사실관계
A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피고는 A 회사가 은행 어음결제 마감시한을 넘겨 1차 부도가 나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되자, 2차 부도를 막기 위하여 긴급하게 단기 자금 융통을 알아보던 중 B의 소개로 원고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1억 3,000만 원을 급히 빌려달라고 부탁하였으나, 원고는 A 회사의 최종 부도 위험 때문에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B는 피고에게 ‘회사가 부도 날 수도 있으니 원고의 투자를 받아 정상화 될 수 있고 원고에게 주식 옵션을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권유하였고, 피고가 이를 받아들여 원고에게 주식을 양도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다음날 피고에게 A 회사에 필요한 단기 자금을 빌려주고, 피고와 사이에 피고가 보유한 A 회사의 주식 □□주를 대금 ◇◇원에 양도받기로 하는 계약(이하 ‘제1 주식양도계약’), 추가로 피고가 보유한 A 회사의 주식 △△주를 대금 ☆☆원에 양도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이하 ’ 제2 주식양도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피고는 원고에게 차용금 전액을 변제하였고, 제1 주식양도계약에 따라 A 회사 발행의 보통주식 □□주를 원고에게 인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해 무렵 원고가 피고에게 제2 주식양도계약의 이행을 요구하자, 피고는 이 사건 각 주식양도계약의 체결 및 이행 과정이 원고의 협박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에 대하여 공갈기수(이 사건 제1 주식양수계약의 체결 및 이행) 및 공갈미수(이 사건 제2 주식양도계약의 체결 및 이행) 혐의로 고소하였습니다. 수사기관에서는 원고가 이 사건 각 주식양수도계약의 체결 및 이행 과정에서 피고를 협박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렸습니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각 주식양도계약 체결 이후 피고가 보유하고 있는 A 회사 발행주식에 관한 증권을 모두 C증권사에 예탁하여 두었습니다.
3. 의뢰인의 요청사항
원고는 당초 금전대여가 주된 거래 목적이었고, A 회사가 당장의 단기 유동성 악화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 그 기업가치가 점차 상승할 것이라는 피고의 의견에 따라 이 사건 각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가 자금사정이 어려울 때에는 대여, 구주 매각 등의 방법으로 원고로부터 투자를 받아놓고, 그 후 A 회사의 장외 주가가 상승하자 제2 주식양도계약의 이행을 거절하고 오히려 원고를 고소하기까지 하자 원고는 매우 당황스러워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는 저희 사무실을 찾아와 이 사건 제2 양도계약에 따라 피고가 소유한 A 회사의 주식을 인도받을 방법을 의뢰하였습니다.
4. 소송의 진행
가. 저는 제1심에서부터 원고의 대리인으로 선임되어 이 사건 제2 주식양도계약에 따라 피고가 C증권사에 예탁한 A 회사의 주식에 대하여 계좌대체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한편, 집행의 실효성을 위하여 유가증권처분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습니다.
나. 피고는 이 사건 제2 주식양도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고, 위 계약은 법적 성질이 양도계약이 아니라 명의신탁약정에 해당한다거나 담보계약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저희는 원고를 대리하여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제시하며, 제2 주식양도계약이 체결되게 된 경위와 원고와 피고 사이의 교섭과정, 피고의 경제적 지위 및 전환사채 발행 등 자본적 거래 경험, 당시 피고가 자신이 보유한 A 회사 발행주식을 매각하기 위하여 투자자를 물색하였던 사정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피고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원고가 이를 이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변론하였습니다. 특히 궁박한 상황에 있었음을 주장, 입증하기 위하여 피고가 신청하여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성공적으로 반대신문을 진행하여 피고의 주장을 탄핵하였습니다. 또한 제2 주식양도계약 체결 즈음 이루어진 A 회사 발행주식에 관한 거래들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판부가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였고, 이 사건 각 주식양도계약은 금전대차거래의 유인책으로 일종의 주식옵션의 성격을 가짐을 지적하였습니다.
다. 피고는 원고가 제2 주식양도계약에 기하여 얻는 이익은 금전소비대차계약의 반대급부로서 사실상 이자를 우회적으로 수취한 것이기 때문에 반사회적 법률행위라는 주장도 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희는 이 사건 제2 주식양도계약은 금전소비대차와 별도로 체결된 법률행위로 위 계약에 따라 주식을 양도할 의무가 금전소비대차상 의무라고 볼 수 없는 점, 설령 결과적으로 원고가 제2 주식양도계약에 따라 차액 상당의 이익을 얻게 되더라도 이를 금전소비대차계약의 이자로 볼 수 없는 점을 피력하였고, 법원은 저희의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판결문에 기재하였습니다.
라. 피고는 항소심에서 제2 주식양도계약의 제목이 명의신탁계약서로 되어 있고, 그 내용에 원고와 피고를 명의신탁자 또는 명의수탁자로 지칭하고 있음을 이유로 위 계약을 근거로 주식양도를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저희는 형식적으로 외관상 제목과 본문에 일부 명의신탁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었더라도, 의사표시의 핵심적인 실체는 당사자들의 의욕한 구체적인 사법상의 법률효과임을 중점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계약의 동기와 경위,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더불어 피고가 이 사건 제2 양도계약 체결 이후 이 사건 제1심에 이르기까지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을 뿐 명의신탁을 주장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였습니다.
마. 마지막으로 피고는 이 사건 제2 주식양도계약이 금전소비대차에 대하여 피고가 보유한 A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고, 위 차용금 채무가 모두 변제되어 주식양도계약이 실효되었다는 주장도 하였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저희는 이 사건 제2 주식양도계약에 대여금 채권의 담보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라는 점을 나타낼 아무런 문구가 없는 점, 반면 금전소비대차시 담보목적으로 작성한 채권양도양수계약서나 차용증에는 어음공정증서, 채권양도 등이 담보목적임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음을 집중적으로 논증하였습니다.
5. 사건의 결과
이처럼 제2 주식양도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 또는 반사회적 법률행위가 아니어서 무효로 볼 수 없고, 명의신탁 약정 내지 담보계약으로서 주식 인도를 구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도 부당하다고 재판부를 설득한 끝에, 제1심 및 항소심 법원으로부터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6. 결론
이 사건은 피고가 제2 주식양도계약이 체결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사후적으로 그 계약의 효력을 부정하려고 한 경우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전체적인 계약 내용에 따른 권리의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았을 때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면, 사후에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계약당사자 일방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상대방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큰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하여 불공정한 계약으로 볼 수 없다는 법리에 기반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계약 체결 당시 제반사정에 관한 입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저희가 주장한 법리적, 사실적 주장 대부분이 받아들여져 원고 전부 승소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