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상속재산분할 사건을 처리하다보면, 명의신탁된 부동산이 상속재산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신탁자인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수탁자인 자녀는 명의신탁된 부동산이 자신의 자산이라고 주장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은 명의신탁된 부동산도 상속재산에 포함시켜 구체적 상속분대로 분할해야 한다고 다투게 됩니다. 부동산명의신탁의 효력에 관해서는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법리가 이미 축적되어 있으므로, 법규정과 판결례에 따라 치밀한 법리적 주장을 펼치는 것이 이러한 사건에서 승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2. 부동산명의신탁의 개념
명의신탁은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권리를 보유하되, 타인 명의로 부동산 등기를 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일제 강점기를 거쳐 종중의 재산 관리에 주로 사용되었고,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까지는 이러한 명의신탁이 유효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1995년 부동산실명법이 제정 및 시행된 이후로 명의신탁약정과 그로 인한 물권변동은 원칙적으로 무효가 되었습니다(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
3. 양자간 등기명의신탁
양자간 등기명의신탁은 부동산 소유자가 타인에게 등기상 명의를 신탁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소유권을 취득한 후, 수탁자에게 등기를 이전합니다. 이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따라 명의신탁약정은 무효가 되고, 그에 따른 물권변동도 무효가 됩니다. 따라서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소유권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거나, 진정 명의 회복을 위한 이전등기청구를 하여 자신의 등기상 명의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면, 제3자가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처분행위는 유효합니다. 따라서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고, 신탁자는 소유권을 잃게 됩니다.
다만 이러한 처분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신탁자는 수탁자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4. 삼자간 등기명의신탁
삼자간 등기명의신탁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라고도 지칭합니다. 이는 신탁자가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하되, 소유권 이전등기는 매도인으로부터 수탁자 명의로 이전하는 형태입니다. 이러한 삼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따라서 수탁자 앞으로의 소유권 이전등기는 무효가 됩니다. 따라서 소유권은 여전히 매도인에게 있게 되고, 신탁자는 매도인을 대위하여 수탁자에게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가 가능합니다.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을 부당이득반환하도록 청구할 수 있습니다.
5. 계약명의신탁
계약명의신탁은 신탁자가 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수탁자가 매도인과의 매매계약도 체결하고 소유권 이전등기도 자신의 앞으로 완료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아버지가 실제로 매매대금은 자신이 부담하면서, 아들의 이름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 이전등기는 아들의 명의로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계약명의신탁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은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가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1) 선의의 계약명의신탁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다면 선의의 계약명의신탁이라 합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모르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지만 수탁자 앞으로의 소유권 이전등기는 유효하게 되어 결국 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 신탁자는 수탁자를 상대로 부동산 매수자금 상당액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의 계약명의신탁이고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반환하도록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2) 악의의 계약명의신탁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었던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소유권 이전등기는 무효가 되어 소유권은 여전히 매도인에게 남아있습니다.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선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악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탁자는 매도인과의 관계에서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됩니다.
6. 결론
이처럼 부동산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에 의한 규제를 받고 있고, 부동산명의신탁의 유형 및 매도인의 선의 여부에 따라서 그로 인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사건과 관련된 부동산명의신탁이 어떠한 유형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법리적 판단이 우선적으로 선행될 필요가 있고, 그 이후에 매도인의 선의 여부, 후속처분 등의 제반 사정을 입증할 증거들을 충분히 수집하는 것이 부동산 명의신탁 소송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승소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부동산명의신탁 관련 사건은 소송전략 수립에 따라서 그 경제적 효과도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사전 법리검토 및 소송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 내에 소재한 부동산의 경우에는 명의신탁 이후에 물가상승률을 현저히 초과하는 부동산 가액 상승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신탁자나 상속인이 의뢰인인 경우에는 선지급했던 매수자금이 아니라 시가가 현저히 상승한 부동산을 돌려받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하게 되므로, 계약명의신탁이 이루어진 시점을 치밀하게 살펴서 최대한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반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